
시행사가 시공사를 상대로 13억여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830만원이었습니다. 청구액의 0.6% 수준인데요. 소송비용까지 전부 시행사가 부담하게 됐습니다. 사실상 원고 패소인 이 판결의 갈림길은 단 하나, 하자를 어느 도면으로 판단할 것인가였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 내용과 쟁점, 그리고 이 판결이 시공사에 남긴 실무적 함의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이정재 부장판사)는 경기 광주시의 한 상가 건물 시행사 A사가 공동 시공사 B사·C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경과는 이렇습니다. A사는 2021년 B사 등과 상가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해 2022년 9월 공사대금을 15억원 증액하는 변경계약을 맺었는데요. 건물은 당초 예정일보다 67일 늦은 2023년 7월 준공됐습니다.
정산합의, 그리고 그다음
양측은 준공 직후 미지급 공사대금을 56억여원으로 확정하고, 이를 전액 지급하면 공사비 관련 채권·채무가 모두 완료된 것으로 하는 정산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A사는 합의에 따라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는데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A사는 정산을 마친 뒤 시공사들을 상대로 공사대금 반환과 지체상금, 미시공·오시공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습니다.
시행사의 주장
A사의 주장은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공사대금인데요. 도급계약 특약에서 연면적이 변경되면 변경된 면적에 평당 단가를 적용하도록 했는데, 설계변경으로 연면적이 약 100평 감소한 만큼 공사대금도 감액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공 품질입니다. 천장 텍스와 외벽 마감재, 엘리베이터 등이 최초 설계도서나 계약 특약과 다르게 시공됐다는 주장이었는데요.
두 주장 모두 최초 설계도서와 도급계약 특약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법원 감정인도 A사의 주장대로 천장 텍스 미시공을 하자로 인정해 보수비를 산정하는 등, 초기 감정 결과는 시공사에 불리하게 나왔습니다.
시공사의 방어
시공사 측이 꺼내 든 것은 대법원 판례였습니다. 신축건물의 하자 여부는 당사자 합의에 따른 설계변경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되고 사용승인의 기준이 된 준공도면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리 그 자체보다 그 법리를 적용받을 수 있음을 입증한 과정이었습니다. 시공사 측은 당초 설계도서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건축주와 협의를 거쳐 설계가 변경됐고, 관할관청의 설계변경 허가와 사용승인까지 받았다는 점을 사실조회 등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나아가 사용승인 설계도서를 기준으로 하면 A사가 문제 삼은 항목들이 정상시공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감정인 회신까지 받아냈는데요. 불리하게 시작한 감정 결과를 뒤집은 것이 이 자료들이었습니다.
하자 판단의 기준
재판부는 시공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시공자가 건축주나 공사감리자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임의로 설계도서를 변경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 여부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 사건에서는 건축주와 시공사 사이의 회의와 설계변경 허가를 거쳐 최종 도면이 확정됐고, 그 도면을 기준으로 사용승인까지 이뤄졌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천장 텍스와 외벽 마감재, 엘리베이터 등 A사가 문제 삼은 대부분의 항목은 준공도면에 따른 정상시공으로 인정됐습니다.
공사대금과 지체상금
과다 지급된 공사대금을 돌려달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처분문서인 공사대금 증액 변경계약의 문언에 따라 총공사대금이 확정된 이상, 연면적 감소를 이유로 다시 감액할 수 없다는 이유인데요. 준공 이후 공사대금을 전액 지급하고 별도의 정산합의까지 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지체상금 청구 역시 기각됐습니다. A사가 준공 지연 사실을 알고 있었고 도급계약에 따라 지체상금을 공사대금과 상계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채 미지급 공사대금을 확정해 전액 지급했으며, 정산합의에 따라 지체상금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공용부분 내부 마감공사의 변경시공에 따른 차액과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전기료 등 830만원은 시공사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판결이 남긴 실무적 함의
이 판결에서 시공사가 눈여겨볼 지점은 승소 그 자체가 아닙니다. 준공과 정산을 모두 마친 뒤에도 최초 설계도서와 계약 특약을 근거로 한 청구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인데요.
시공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의 조영우 변호사는 시공사로서는 평소 "설계변경 절차의 적법성과 계약문서의 정당한 해석을 뒷받침할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평소'라는 단어가 핵심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시공사를 구한 것은 분쟁이 시작된 뒤에 만든 자료가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협의 기록과 인허가 이력이었습니다. 건축주와의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 그 회의에서 설계변경이 합의됐다는 사실, 그것이 관할관청의 허가와 사용승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시점 순서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실조회로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인데요. 만약 설계변경이 구두 협의와 현장의 관행으로만 진행됐다면, 같은 법리를 들고도 결과는 달랐을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프레소가 주목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건설 분쟁의 승패가 시공의 품질이 아니라 합의의 기록에서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다퉈진 천장 텍스와 외벽 마감재는 실제로 잘못 시공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협의를 거쳐 바뀐 것이었고, 다만 그 협의가 어떤 절차로 이뤄졌는지를 증명해야 했을 뿐입니다.
디지털프레소의 B2B 종합건설 플랫폼 RenameDP는 이 협의 과정을 현장의 일상 업무 안에서 남기는 데 초점을 둡니다. 현장별 채팅에 도면과 메모를 첨부해 논의하면 그 대화가 시점과 함께 축적되고, AI가 일별로 요약하기 때문에 "언제 무엇을 두고 협의했는가"가 별도의 회의록 작성 없이 남는데요. 여기에 전자결재와 문서관리를 함께 쓰면 설계변경 같은 의사결정이 승인 이력과 함께 보관됩니다. 몇 년 뒤 사실조회의 대상이 되는 것이 결국 이런 기록들입니다.
준공 이후의 분쟁 리스크를 점검하고 계시다면, 지금 현장의 협의와 변경이 어떤 형태로 남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판결은 설계변경을 거친 준공도면의 지위를 다시 확인해 준 사례입니다. 동시에 그 지위가 절차의 적법성이 입증될 때에만 인정된다는 조건도 함께 보여줬는데요. 건축주나 감리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변경한 경우라면 판단은 달라집니다.
결국 시공사에게 남는 과제는 도면을 바꾸지 않는 일이 아니라, 바꾸는 과정을 남기는 일입니다. 현장에서 설계변경은 늘 일어나고 앞으로도 일어날 텐데요. 그 변경이 합의였음을 몇 년 뒤에도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경제, "[단독] 준공도면대로 시공했다면… 法 '최초 설계와 달라도 하자 아냐'", 2026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08300726263910814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3부 판결 (기사 내 인용)
법무법인 세종 조영우 변호사 코멘트 (기사 내 인용)
본 콘텐츠는 (주)디지털프레소가 제작했으며, 위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