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재판의 승부처가 사고 이후의 해명에서 사고 이전의 기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새 양형기준이 위험 보고 이행 여부, 시정명령 대응, 안전예산 집행 내역처럼 기록으로 확인되는 요소를 가중 요인으로 꼽았기 때문입니다. 형량의 하한부터 종전보다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에서는 대응 체계를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번 뉴스에서는 새 양형기준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판결 흐름, 업계가 꼽는 준비 방향, 그리고 이 변화가 올해 내내 이어진 제도 흐름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새 양형기준은 근로자가 숨진 중대산업재해치사의 기본 권고형을 징역 1년6개월~4년으로 정했습니다. 가중 사유가 있으면 3~10년, 특별가중 사유가 쌓이면 상한이 최대 15년까지 올라갑니다. 종전 평균 선고형이 약 1년2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한부터 높아진 셈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가중 요인의 성격입니다. 위험 보고 미이행, 반복 시정명령 불이행, 안전예산 삭감·전용, 안전 최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도급과 무리한 공기 등으로, 대부분 문서와 이력으로 확인되는 항목입니다. 현장 관리를 넘어 본사의 예산 편성과 도급·공정 관리까지 재판에서 따질 여지가 커졌다는 뜻입니다.
다만 최종 확정과 시행 시기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판결 흐름은 집행유예가 대부분입니다. 2022년 법 시행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확정된 81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 85명 가운데 실형은 3명(3.5%)이고 집행유예가 77명(90.6%)입니다.
그럼에도 변화는 감지됩니다. 크레인 붕괴 사고와 관련해 1심에서 대표에게 징역 1년4개월이 선고된 사건이 나왔고(항소 중), 반대로 채석장 사건에서는 1심이 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경영책임자 해당 여부와 의무 이행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입니다.
법 적용 구조도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한 중대재해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를 한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했습니다. 한 죄로 확정되면 다른 죄에도 일사부재리 효과가 미칠 수 있어, 수사 초기부터 전문가와 방어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의무 이행의 기록: 지금까지 확정된 사업장의 92.6%가 유해·위험요인 점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험성평가와 점검, 개선 조치를 문서와 이력으로 남기는 일이 기본입니다.
위험 보고 체계: 위험 보고 미이행이 가중 요인인 만큼 접수에서 조치, 결과 회신까지 추적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안전예산 보호: 예산을 줄이거나 다른 용도로 돌리면 가중될 수 있어 편성·집행·변경 이력을 본사 차원에서 관리하고, 불가피한 삭감에는 사유와 대체 조치를 남겨야 합니다.
도급과 공기 설계: 하도급 단가에 안전 최소비용이 반영됐는지, 무리한 공기를 요구하지 않았는지가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경영책임자의 지위·권한 정리: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 위임 범위를 문서로 분명히 하고, 사고 발생 시 현장 보존과 원인 조사, 재발방지 대책, 피해 회복 노력을 갖춰야 합니다. 유족의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은 감경 요소로 반영됩니다.
이번 양형기준을 올해의 흐름 속에 놓으면 방향이 또렷해집니다.
행정 점검 쪽에서는 해양수산부가 특별 관리 대상 사업 점검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전수 점검으로 바꿨고, 한국농어촌공사는 불시 점검 순찰차를 1대에서 9대로 확대했습니다. 행정 제재 쪽에서는 내년 1월부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현장에서 위험성평가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근로자 참여와 결과 공유, 기록·보존이 각각 별도 항목입니다. 이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1년간 3명 이상 사망 시 영업이익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고, 여기서도 사업주의 법적 의무 위반이 전제입니다.
점검 주기, 과태료, 과징금, 그리고 형량까지 수단은 다르지만 묻는 것은 하나로 모입니다. 조치를 이행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지입니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프레소가 주목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중 요인 목록을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생기는 기록과 본사에서 생기는 기록이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위험성평가와 점검·개선은 현장 서류에, 안전예산 편성과 도급 단가·공기 결정은 본사 결재 문서에 따로 남습니다. 사고 이후 이 둘을 하나의 시간선으로 꿰어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프레소의 B2B 종합건설 플랫폼 RenameDP는 이 분리를 줄이는 쪽에 서 있습니다. 현장에 맞는 위험성평가와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문서를 제공하고 참석자 전자서명까지 앱에서 처리해 이행 사실이 그날 기록으로 남고, 현장별 채팅에 올라온 위험 보고는 전자결재와 이어져 접수에서 조치, 회신까지의 경과가 함께 보관됩니다. 양형기준이 가중 요인으로 꼽은 '위험 보고 미이행'이 바로 이 구간에서 갈립니다.
물론 안전예산의 편성·집행 이력은 회계와 경영관리 시스템의 영역이고, 양형 판단은 법원의 몫입니다. 플랫폼이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설명할 재료가 평소에 쌓여 있는 현장과 사고 이후 급하게 모으는 현장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 이 변화를 압축합니다. 법원이 안전 의무 이행을 서류와 예산 집행 내역으로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사고가 나고서 대응하는 것은 이미 늦고, 평소 기록과 체계가 곧 방어 수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올해 건설 안전 제도는 점검을 늘리고 제재를 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이번 양형기준으로 그 흐름이 법원까지 닿았습니다. 남은 질문은 기록을 더 많이 만들 것인지, 기록이 저절로 남는 구조를 만들 것인지입니다.
대한전문건설신문, "중대재해 양형, '사고전 의무이행 기록'이 가른다", 2026 — https://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070
대법원 양형위원회 중대재해 양형기준 발표 (기사 내 인용)
대한경제, "위험성평가 과태료 임박… 중소 건설사 '발등에 불'", 2026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10141120441340522
대한경제, "산재로 연간 3명 이상 사망하면 영업익 최대 5% 과징금…국무회의 의결", 2026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10201417214590329
대한전문건설신문, "해수부, 해양수산 건설현장 46곳 집중점검···연 2회", 2026 — https://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326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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